시골 카페 창업에 대한 실패 경험과 생각들

시골에서 카페를 해 보겠다고 구상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데 벌써 5년이 넘어간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포기하고 다시 도전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이제는 내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진지하게 말이다.

“시골에서 카페를 시작할 수 있을까?”

결론은 “시골에서는 카페를 시작할 수 없다.”이다. 물론 내 자신의 경우에 한정해서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포기했다는 뜻이다. 왜 시골에서 카페를 시작할 수 없는지, 오직 나의 상황에만 한정해서 그 이유를 정리해본다.

시골에서 카페를 시작할 수 없는 이유 5가지

시골에서 카페를 성공할 수 없는 이유도 아니고 시작도 못하는 이유라고 하니 참 우습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성공이 아니라 시작도 못하는 이유는 맞다. 실제로 현재 시작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처음에는 카페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를 단지 허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문제의 해답을 거기에서 찾으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실패에 대한 결과는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허가도 못받고 있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단지 허가의 문제만의 아니다.

또 허가가 나온다고 해도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할 수 없는 카페 사업이라면 허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자금의 문제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의 문제이다. 자영업을 한다는 것은 시골이든 도시든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취미삼아 망해도 괜찮으니 나는 카페를 해보겠다는 사람도 있을수 있겠지만 아마 오래하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것이다.

그건 그렇다. 어떤 사람이 수익도 없는데 오직 나의 취미를 위해 사업을 시작하겠는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사업이 아니라 그냥 취미이다. 그래서 자영업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영업, 즉 상공업을 직업으로 삼고 시작하는 사람이 수익이 나지 않는 일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자금의 문제가 중요하다. 취미로 카페를 시작하는 사람은 그만큼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적자를 보면서도 몇 달 또는 몇 년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마 자영업으로 카페를 하는 사람은 자금의 여력이 가능해야 한다. 처음부터 잘되는 자영없은 없기 때문이다. 몇년을 적자보면서 버텨야 할수도 있고 오랜기간 마이너스 수익을 볼 수도 있다.

또한 자영업은 대부분 남의 상가에서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초기 투자 금액이 꼭 책정되어야 하고 실제로 준비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것에 누구나 힘들어 하거나 심지어 도중에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다 큰 돈이 들지 않고 포기하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한 후에 포기하는 경우에는 금전적 손실이 클수밖에 없다. 실패를 하고 나서 돌이켜 보면 초기에 포기하지 못한 것에 무척 후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때 그만두지 못했는지 말이다.

초기에 계획을 굽히고 포기하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끊임없이 자금이 소요되게 된다. 어디서 자금이 나오겠는가? 그렇다. 그대로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각종 사회적 자금을 빌리게 되고 그 빚에 더욱더 채이게 되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영업를 시작하게 되면 여유 자금을 충분히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도중에 빚을 지지 않고 일정기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여유로운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할까? 아마 대부분은 무척 곤궁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나의 경우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허가도 못받고 있는 처지가 된것이라고 생각한다.

허가의 문제

카페를 시작한는 일은 쉬워 보인다. 최소한 음식점보다는 쉬워 보인다. 특히 허가 문제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된다. 내가 그랬으니까. 시골이기 때문에 더욱 쉽게 생각했다. 조금만 부속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내는 것이 무슨 어려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크게 고민없이 시작했다. 하지만 허가 과정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장애물이 있었고 군청에 허가 서류를 제출하고 1년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인데도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돌이켜 보면 시골에서의 허떤 허가도 도시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시골의 허가는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고 도시 상가의 경우는 이미 상가로서 허가가 되어있기 때문에 용도 변경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골에서는 어떤 허가를 하려면 거의 상가나 집을 신축하는 것과 동일하게 어려운 일이다. 건물에 대한 허가 자체도 문제이지만 처음부터 가장 큰 장애물은 도로 문제이다. 이미 대지로 되어 있는 시골 집이라해도 현재 기준에서 보면 도로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는 맹지인것이다.

지자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거주하고 있는 이곳은 도로와 행정절차가 너무 까다롭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다른 지자체보다 훨씬 까다로운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아마 광역시와 무척 가깝다는 게 그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광역시와 무척 가깝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다. 인구 유입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부분 지방은 급속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이로인해 파생되는 부작용이 대한민국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이는 매우 부정적인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거주하는 지자체는 인구 유입이 쏠쏠한 편이다. 또한 관광지로 평판이 좋아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다. 때문에 재정 자립도가 아주 높은 편이라고 들었다. 이게 허가의 측면에서는 매우 불리한 요소가 된다. 최소한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때문에 군청에 허가 문제는 항상 찬밥이다. 귀농 혜택도 타 지자체에 비해 관대하지 않다. 약 15년을 이곳에서 거주하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허가 문제가 너무 힘들어서 왜 그럴까 하고 많이도 생각을 해 보았다. 인구 유입이 꾸준하고 거주하기 쾌적한 지역일수록 더 많은 지역민 혜택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군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심지어 나의 경우는 담당자가 바뀌면서 그동안 노력했던 대부분의 허가와 서류가 물거품이 되었다. 다시 서류를 보완해야 했고 추가되는 서류는 끝없이 늘어만 갔다.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그때 뿐이었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다시 보완 서류를 요구했다. 시골에서 상가 허가는 대부분 이런식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곳 지자체의 공무는 그랬다.

왜 일찍 포기하지 못했을까 하고 무척 후회도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이미 투입한 자금과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었다. 인간의 심리가 그런가 보다.

이런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극장에 간 관람객은 보상 심리가 작동한다고 한다.

극장에 간 사람이 영화가 재미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마음을 접고 극장에서 나오면 상관없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뒤에는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심리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경우와 너무 닮았다. 진작 포기하고 손해를 감수했으면 적당했을텐데, 이제는 되겠지 하면서 포기를 못한것이 이상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왜나햐면 이제는 그야말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시골에서 상가 허가를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발상이다. 1년이 아닌 5년 가까운 경험에서 보면 뼈저린 실패의 결과를 느끼고 있다.

민원의 문제

시골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아침마다 들려오는 이장의 동네 마이크 소리를 들어보면 실감이 난다. 지금도 시골은 여전히 시골이다.

만약 동네 한 복판에서 무엇인가 카페를 하거나 음식점을 하거나 심지어 서점을 운영한다해도 그리 무심한 일이 아니다. 동네 거주민들에게는 하루 중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일들이 뉴스거리이다.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특히 동네에서 누군가가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관심의 대상이다. 많이 벌어도 관심의 대상이고 적게 벌어도 관심의 대상이다. 많이 벌면 시기의 대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적게 벌면 조롱거리의 대상으로 비하될 수 있다. 이것 또한 견디기 힘든 관심의 대상이다.

이 모든 관심을 한마디로 “민원”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래도 시기와 조롱거리는 참을만 하지만 허가와 관련된 민원은 정말 견디기 여렵다.

민원을 허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허가에서 그치면 좋겠지만 막상 영업을 시작하면 더욱 많은 민원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도 들은적이 있다. 이래저래 시골에서 무엇인가 돈벌이를 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일이 아니다.

자신의 문제

나의 경우는 카페를 시작하는 이유가 아주 명확하지는 않았다. 카페에 대한 경험도 없었고 가게를 운영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없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이 땅을 이대로 방치하느니 조금이라도 수익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이땅에서 전원생활도 즐기고 돈도 벌고 이석이조의 손해보지 않은 삶을 살아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무척 이기적인 발상이다.

사살, 이 발생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골에 거주하면서 돈도 벌고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있겠느가. 아무런 문제의 소지는 없다. 또 이렇게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헤이릴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나의 문제는 처음부터 이런 목적으로 시골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시골이 좋아서 오고가다 무리해서 땅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이제와서 손해보지 않게 조금의 수익이라도 내고 싶어하다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커피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오는 손님들을 진정으로 반갑게 맞이할 수 있고 하는 문제들은 처음부터 고려의 요소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시골에서 특하게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 많은 도시민들이 찾아와서 지갑을 열어 나에게 돈을 벌어줄것이다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내 자신의 문제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세상 모든 일이 나의 뜻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또한 내 자신의 문제이다.

예측의 문제

모든 사업은 예측이 문제이다. 내가 처음 카페를 시작하는 시점과 지금은 시장의 상황이 많이 변했다. 자영업의 상황이 훨씬 더 좋지 않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폐업을 서두르고 있는 현실이다.

이곳 지역 상황도 관광객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군에서 너무 자만했던 점도 있지만 자영업이 이렇게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원인으로 보인다.

  • 산업구조의 한계
  • 급격한 지방 인구의 감소
  • 오프라인 시장의 몰락
  • 한국 관광객 감소
  •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의 증가

한국의 성장 산업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예견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산업 구조의 문제도 있지만 급격한 지방 인구의 감소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도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 100년 후 한국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인구 감소는 전국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이 여파가 그대로 자영업자에게 밀려오는 것 같다.

또 한가지 자영업의 몰락은 오프라인 시장의 몰락이다. 모든 사람이 쿠팡에서 구매하고 쿠팡에서 식재료를 주문하다. 간편하기 이를데 없다. 주말에는 가끔씩 가까운 음식점을 이용하고 주요 휴가철에는 국내보다는 일본이나 동남아등 해외 여행을 선택한다.

이러한 현상이 10년째 지속되면 어떤 지방의 자영업도 견뎌내기 어렵다. 코로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자영업에 타격을 주었지만 지금의 불황은 좀처럼 끝날것 같지 않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카페를 시작하고자 하는 나의 예측의 문제였지만 여지없이 나의 장미빛 예측은 벗어나고 말았다.

시골 카페 창업에 대한 생각

시골에서 카페를 창업한다는 생각은 참 멋진 아이디어다. 최소한 10년 전에는 인정할 만한 구상이었다. 그때만 해도 많은 인구가 시골에서 생활하는 꿈을 로망으로 가지고 있었고 또 실천하는 분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시골로 귀농하거나 귀촌한 인구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만큼 시골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된다.

시골 카페 창업은 생각이나 멋진 구상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전원생활도 즐기고 돈도 벌 수 있는 구상은 너무 사치스럽다. 현실적으로 아직 1년 넘게 허가도 받지 못하고 5년째 구상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보면 그렇다.

시골에서 무슨 돈벌이를 하는 것은 도시보다 훨씬 금전적 부담이 크다. 왜냐하면 상가 허가부터 내가 직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부 인테리어는 거의 리모델링하는 수준이니 주택에 따라 감당이 안되는 부분이 허다하다.

이곳 내가 카페로 구상하고 있는 주택만 해도 벌써 투입된 금액이 상당한데도 눈에 띄지도 않고 앞으로 들어갈 자금은 헤아릴 길이 없다. 조경까지 생각하면 거의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이미 너무 많이 길을 지나와서 돌아갈 수도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타협이 아니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허가가 안되는 부분도 크지만 말이다. 허가를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끊임없이 들어갈 듯 한데 더 이상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만 포기하기로 한다.